로드 러닝만 하다가 처음 북한산 트레일 코스를 뛰었을 때 10km도 안 돼서 허벅지가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평지 달리기와는 그냥 아예 다른 체력 소모였습니다. 그래서 장수군이 100마일 트레일러닝 코스를 정식으로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전북 장수군이 최근 트레일러닝, MTB, 캠핑을 연결하는 산악관광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해발 1,000m가 넘는 장안산과 팔공산을 품은 장수군은 전체 면적의 75%가 산지입니다. 발전에서 소외됐던 지역이 역설적으로 청정 자연환경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고, 이제 그 자연이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장수군 산악 관광과 트레일러닝
일반적으로 지역 단위 트레일러닝 대회는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정반대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2년 약 150명으로 시작한 대회가 2023년 800여 명, 2024년 3,000여 명을 거쳐 2025년에는 5,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불과 3년 만에 30배 이상 성장한 셈입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2024년 신설된 100마일 코스입니다. 트레일러닝에서 100마일은 마라톤의 풀코스만큼 상징적인 거리지만, 높은 난이도 때문에 국내에서는 쉽게 열리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12명이 출전해 43명만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완주율 38%라는 수치가 이 코스의 혹독함을 보여줍니다.
제가 기사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건 주민 참여 방식이었습니다. 대회 기간이면 마을마다 주민들이 간식을 준비해 나눠주고,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응원을 보냅니다. 보급소에서는 스태프가 러너의 물병까지 대신 채워주는 모습도 목격된다고 합니다. 도심 마라톤 대회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환대입니다. 지역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지역 공동체 축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완주율 38%라는 수치를 성과로만 포장하는 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낮은 완주율은 코스 난이도 설계가 적절한지, 참가자 사전 자격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료 지원 체계는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을 동반해야 합니다. 혹독한 여정이라는 표현만으로 마무리하기엔 안전 관리가 더 중요한 대회입니다.
캠핑과 트래킹을 연결한 체류형 관광
장수군은 트레일러닝에만 머물지 않고 캠핑과 트래킹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장수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캠핑 페스티벌'은 3일간 가족 단위 4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트래킹, 숲 속 공연, 장수투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였습니다. 장수군에서 참 고민을 많이 했다고 느꼈습니다.
가족형 트래킹 코스가 특히 호응이 높았다고 합니다. 산림체험원과 데크로드, 방화폭포로 이어지는 약 2시간 코스는 난이도가 부담스럽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스탬프 인증 미션을 추가해 재미 요소도 챙겼습니다. 트레일 러닝의 진입장벽을 재미 요소와 결합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휴양림 초입의 먹거리존과 저녁 공연도 가족 방문객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였습니다. 너무 진지한 면보다는 이런 재미 요소가 있어야 참가자 입장에서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스탬프를 모으며 코스를 완주하고 나서 뿌듯해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가족 전체의 추억이 됩니다. 어른들에게는 가벼운 트래킹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도전과 성취 경험이 된다는 점에서 코스 설계가 꽤 영리합니다.
제 경험상 캠핑 행사는 텐트 치고 바비큐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장수는 여기에 지역 관광을 자연스럽게 엮었습니다. 순환 셔틀로 누리파크, 논개사당, 장수 5일장을 잇는 '장수 도장 깨기 투어'가 운영됐고, 5일장 영수증 이벤트로 지역 소비까지 연결했습니다. 캠핑객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MTB 특화지구로 진화하는 장수
MTB는 Mountain bike 또는 Mountain bicycle의 축약어이며 산악 지형 또는 오프로드(비포장도로)용 자전거를 뜻합니다. 장수군의 지형은 MTB 라이딩에도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승마로드의 메타세쿼이아길과 장안산 임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약 60km 크로스컨트리 코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지난해 10월 '제5회 장수 한우랑 사과랑 전국 MTB대회'에는 6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메타세쿼이아길을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경험이고, 그 뒤로 이어지는 임도의 호쾌함은 라이더들이 이 코스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일 것입니다. 대회 이름에 한우와 사과를 넣은 것도 재미있는데, 달리고 나서 먹는 지역 먹거리가 대회의 일부가 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고 있습니다.
이 코스는 임도와 숲길이 조화를 이뤄 초보 라이더부터 베테랑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MTB는 입문 단계지만, 임도와 싱글트랙이 적절히 섞인 코스가 라이더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장수 코스가 바로 그런 구조입니다. 싱글트랙 구간에서는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하고, 임도 구간에서는 경치를 즐기며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어 전체적인 리듬이 살아납니다. 이런 구성이 라이더들이 지치지 않고 60km를 완주할 수 있게 해주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장수군은 2026년 10월까지 24억 원 규모의 'MTB 수준별 로드·랜드마크 조성사업'을 추진합니다. 난이도별 9개 코스와 웰컴광장, 안전펜스 등 체계적인 인프라가 완료되면 장수는 'MTB 특화지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준별 코스 구분은 초보자가 무리하게 어려운 구간에 진입하는 사고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고, 실력이 느는 만큼 단계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줍니다. 인프라가 갖춰지면 전국 각지의 라이더들이 장수를 하나의 목적지로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장수군이 단순한 지방 소도시가 아닌 트레일러닝, MTB, 캠핑을 연결하는 산악관광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참가자 수 성장 추이와 지역 주민 참여 구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만 급성장 과정에서 안전 관리 체계와 리타이어 참가자 지원 방식에 대한 점검은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장수 트레일을 직접 달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