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편의상 친구를 저 1인칭으로 대입하여 작성하겠습니다. 대회 당일 아침, 스타트 라인에 서서 "이번엔 꼭 3시간 안에 들어오겠다"라고 다짐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레이스가 끝나면 3시간 5분, 3시간 8분... 결승선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습니다. 서브 3은 단순히 많이 달린다고 되는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훈련 방식, 생활 습관, 레이스 전략까지 전부 맞물려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서브 3 페이스 감각,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처음에 저는 스마트워치만 믿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달리면 페이스 관리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대회에 나가면 전반 10km를 너무 빨리 치고 나가서 후반에 완전히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시계를 보는 것과 몸이 페이스를 기억하는 것은 별개라는 걸요.
페이스 감각이란 GPS나 시계의 도움 없이도 자신이 현재 얼마나 빠르게 달리고 있는지 신체적으로 인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눈을 감아도 킬로미터당 몇 분대로 달리고 있는지 느낌으로 아는 상태입니다. 이 감각은 책상 앞에서 공부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몇 달간 10km 레이스를 반복하면서 1km마다 페이스를 확인하고 교정하는 훈련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아, 지금 4분 20초대로 달리고 있구나"라는 감이 생겼습니다.
서브 3를 위한 풀코스 목표 페이스는 킬로미터당 약 4분 15초입니다. 42.195km 전 구간을 이 페이스로 유지하려면, 적어도 10km 레이스에서 균일한 페이스로 완주하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10km는 페이스 감각을 익히기에 딱 알맞은 거리입니다. 너무 짧지 않아 후반 피로감을 경험할 수 있고, 너무 길지 않아 훈련 부담도 적습니다.
스태미나의 핵심은 글리코겐 대사 능력입니다
"열심히 달리는데 왜 30km 이후에 무너질까?" 이 질문,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몇 번의 대회를 망친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문제는 체력이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마라톤 중 인체의 주요 연료는 글리코겐(glycogen)입니다. 글리코겐이란 간과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 에너지원으로, 고강도 운동 시 가장 먼저 소모되는 연료입니다. 성인 기준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은 대략 1,500~2,000kcal 수준인데, 이는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소화하기엔 빠듯한 양입니다. 그래서 지방 산화 능력, 즉 체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합니다.
장거리 훈련(LSD, Long Slow Distance)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LSD란 낮은 강도로 오랜 시간 달리는 훈련 방식으로, 지방 대사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글리코겐을 아껴 쓰는 몸을 만드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주 1회 2시간 이상 천천히 달리는 훈련을 꾸준히 병행했을 때 30km 이후 페이스 저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한 에너지젤이나 카보로딩(carbo-loading)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카보로딩이란 대회 2~3일 전부터 탄수화물 섭취를 늘려 근육과 간의 글리코겐 저장량을 최대화하는 식이 전략입니다. 다만 이런 보조 수단에 의존하기 전에, 훈련 자체로 에너지 효율이 좋은 몸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보조식품은 말 그대로 보조입니다.
달리기 경제성(running economy)이라는 개념도 스태미너와 직결됩니다. 달리기 경제성이란 같은 속도로 달릴 때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올바른 자세와 근력이 이 수치를 결정합니다. 불필요한 상하 움직임을 줄이고 복근과 대퇴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자세가 몸에 배면, 같은 속도에서도 훨씬 적은 에너지를 씁니다.
마라톤 완주자의 훈련 방식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주간 훈련량이 60km 이상인 그룹이 그 미만인 그룹보다 서브 3 달성률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출처: 대한육상경기연맹).
레이스 전략 없이 체력만 믿으면 반드시 무너집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충분히 훈련했으면 대회는 그냥 달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레이스 전략이 없으면 아무리 잘 준비된 몸도 대회에서 망가집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흔한 실수는 초반 오버페이스였습니다. 군중 흥분 효과, 응원 소리, 맑은 날씨... 이것들이 전부 초반 5km를 너무 빨리 달리게 만드는 함정입니다.
레이스 전략에서 핵심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반 5km 페이스를 목표 페이스보다 5~10초 느리게 출발해 몸을 안정시킨다
- 오르막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케이던스(cadence, 분당 보수)를 유지한다
- 급수 타이밍을 미리 계획하고, 걷지 않고 마시는 연습을 훈련 중에 해둔다
- 페이스메이커를 활용할 경우 30km까지는 그룹 안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받으며 에너지를 아낀다
- 경련(근육 경직) 발생 시 즉시 페이스를 내리고 스트레칭보다는 보행 속도 조절로 대응한다
케이던스란 1분 동안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의 케이던스는 분당 180회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추어 달림이 중 케이던스가 160회 미만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보폭은 크고 착지 충격이 강해 에너지 손실과 부상 위험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레이스 전략은 대회장에서 처음 써먹어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훈련 중 하프마라톤이나 30km 장거리 페이스 훈련에서 실제로 반복 적용해 봐야 몸이 기억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머릿속으로 아는 전략과 몸이 실행하는 전략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습니다.
휴식과 부상은 생각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실수를 꼽으라면, 고강도 훈련 후에도 쉬지 않고 달린 것입니다. 의욕이 넘쳐서 연속 고강도 훈련을 이어가다가 IT밴드 증후군(ITBS)이 왔습니다. IT밴드 증후군이란 허벅지 외측을 따라 이어지는 장경인대(iliotibial band)가 무릎 외측 돌기와 반복 마찰하면서 생기는 염증성 통증으로, 마라톤 훈련 중 가장 흔한 과사용 부상 중 하나입니다. 그 기간 동안 몇 주를 달리지 못했고, 결국 대회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훈련으로 실력을 늘려가는 만큼이나 회복을 의식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강도 인터벌 훈련이나 템포 런 이후에는 최소 48시간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스포츠의학 분야에서 이미 오래전에 정립된 원칙입니다. 훈련 중 근섬유는 미세하게 손상되고, 이 손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 강한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쉬지 않으면 손상만 쌓일 뿐입니다.
식사 역시 빠뜨릴 수 없습니다. 훈련량을 늘릴수록 단백질 섭취가 뒷받침돼야 근육 회복이 따라옵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훈련 중 권장되는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4~1.7g으로, 일반 성인의 권장량인 0.8g/kg보다 상당히 높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결국 식단을 바꿔보았습니다. 탄수화물 중심 식사에 두부나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추가했죠. 탄수화물은 채우기 쉬운데, 단백질이 질릴 때가 있어서 생선을 먹기도 했습니다. 더니 훈련 후 피로 회복 속도가 달랐습니다.
서브 3는 목표인 동시에 함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활 전반을 달리기 중심으로 재편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달리기를 즐기는 건지, 숫자에 쫓기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옵니다. 저는 그 경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서브3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 감각을 체득하고, 글리코겐 대사를 이해하고, 레이스 전략을 몸에 익히고, 회복을 훈련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매 대회 기록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3시간 벽은 결국 하루아침에 뚫리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요소가 하나씩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열리는 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든, 오늘의 훈련 일지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