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달릴수록 더 빨리 강해진다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무작정 고강도 훈련을 밀어붙이다가 무릎이 망가졌고, 2주 넘게 아예 달리지 못했습니다. 마라톤 훈련에서 "더 많이"가 아니라 "제대로"가 중요한 이유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부상 예방: 고강도 훈련 다음 날이 진짜 함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이면 빠르게 실력이 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내 몸이 그것을 다 흡수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그 믿음 때문에 제대로 된 부상을 당했습니다.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인터벌 훈련(Interval Training)을 한 바로 다음 날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터벌 훈련이란 짧은 구간을 전력에 가깝게 달리고 회복하는 것을 반복하는 스피드 중심의 고강도 훈련을 말합니다. 그리고 LSD란 장거리를 낮은 페이스로 오래 달리는 훈련입니다. 이게 의외로 근육과 관절에 피로가 상당히 누적됩니다. 지금 와서 글로 쓰면서 보니, 딱 봐도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은데 왜 이틀 연속으로 이 훈련을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다치고 나서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몸이 버텨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한 근육들이 두 손 두 발을 든 거죠.
무릎 통증이 느껴지다가 저는 2주 이상 달리기를 완전히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고강도 훈련 다음 날에는 반드시 회복 러닝 또는 완전 휴식을 하는 패턴을 지키고 있습니다. 쉬운 날과 힘든 날을 교차하는 이 원칙은 단순해 보여도 실전에서 지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좋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달리고 싶어지거든요.
훈련 계획을 짤 때 부상 예방을 위해 기억해 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피드 훈련, LSD, 언덕 훈련은 모두 고강도(High Intensity) 훈련으로 분류하고, 이틀 연속 배치하지 않는다.
- 고강도 훈련 다음 날은 회복 러닝(Recovery Run) 또는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 달리기 외 수영, 사이클 등 관절 부담이 낮은 유산소 운동)으로 대체한다.
- 통증이 감지되면 즉시 2~3일 휴식하고, 증상이 지속되면 스포츠의학 전문의를 찾아간다.
훈련 일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 상태를 파악하면서 유연하게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수면 회복: 잠이 곧 훈련의 절반입니다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루 5시간밖에 못 잔 날 아침에 러닝을 나갔을 때, 평소 페이스보다 1km당 30초나 느렸고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반면 7시간 이상 충분히 수면을 취한 날에는 같은 코스에서 컨디션 차이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기분 문제겠거니 했는데, 이는 수면이 근육 회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생리적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수면 중에는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 분비가 집중됩니다. 성장호르몬이란 훈련으로 손상된 근섬유를 재합성하고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깊은 수면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분비됩니다. 즉,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달린 만큼 근육이 회복되지 않고, 피로만 쌓이는 구조가 됩니다. 미국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성인에게는 하루 7~9시간의 수면이 권장됩니다(출처: National Sleep Foundation).
마라톤 훈련 중에는 최소 7시간 수면을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훈련량을 늘리는 시기에는 8시간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처음에는 운동하는 사람이면 체력이 좋을 텐데 잠도 많이 자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금 잔 날과 충분히 잔 날을 비교하면서 수면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러닝화 교체: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반드시 다칩니다
러닝화는 언제 교체해야 할까요? 밑창이 닳아야 교체할 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러닝화는 일반 운동화와 다릅니다. 제가 가장 처음 산 러닝화를 밑창이 멀쩡해 보이고, 외관도 크게 망가진 곳이 없어서 계속 신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릎과 발바닥에 묵직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교체 후에야 그 원인이 신발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러닝화의 미드솔(Midsole) 쿠셔닝이 문제였습니다. 미드솔이란 겉창과 안창 사이에 위치한 완충 레이어로, 착지 충격을 흡수하는 핵심 부위입니다. 문제는 이 미드솔의 마모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겉창(아웃솔)이 멀쩡해 보여도 미드솔의 쿠션은 이미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압축되고 변형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충격 흡수 능력을 잃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러닝화 교체 시기를 600km 전후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체중이나 달리기 주법, 달리는 노면에 따라 미드솔 마모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수치보다는 본인의 신발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지금은 러닝 앱으로 누적 거리를 관리하면서 무릎이나 발바닥에 이상한 느낌이 오면 먼저 달린 누적 거리부터 점검합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러닝 전문점에서 러닝화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러닝 전문점에서는 발 아치(Arch) 유형과 발의 회내(Pronation) 패턴을 분석해서 적합한 신발을 안내해 줍니다. 회내란 발이 착지할 때 안쪽으로 기울어지는 정도를 말합니다. 과도한 회내는 무릎과 고관절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포츠 용품 종합 매장이 아닌 러닝 전문점을 찾아야 이런 분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러닝화 선택의 중요성은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에서도 부상 예방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마라톤은 오랜 시간을 다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게임입니다. 훈련 강도의 배분, 수면 관리, 장비 관리는 서로 독립된 원칙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챙기는 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부상을 경험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지금 막 달리기를 시작하셨다면, 훈련 기록과 함께 수면 시간과 신발 누적 거리부터 앱에 기록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어떤 거창한 훈련 계획보다 이 세 가지 습관이 먼저입니다.
참고: Runner's World(http://www.runners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