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 대회에서 기록이 좋아진다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일까요? 올해 서울마라톤 풀코스 평균 완주 기록은 역대급으로 뛰어올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1만 6천여 명이 참가한 대회장 곳곳에서 주로 침범,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 배번 양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급수대 앞에서 갑자기 멈춘 주자 때문에 부딪히거나, 서로 부딪힐 뻔한 주자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러닝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축제 분위기는 뜨거워졌지만, 그만큼 기본예절을 모르는 채 대회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걸 몸으로 느낀 대회였습니다.
응원단 주로 침범, 축제인가 혼돈인가
크루 응원단이 주로 한 개 차선을 훌쩍 침범해 달리던 참가자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장면이 올해 서울마라톤에서 유독 많이 목격됐습니다. 특히 잠실대교 남단부터 결승선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응원단이 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음료를 나눠주다가 주로에 버려진 용기를 밟고 미끄러지는 주자도 여럿 나왔습니다. 자전거와 이륜 전동차를 타고 특정 주자를 따라가며 사진을 촬영하는 크루원들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물론 저도 응원 문화 자체는 마라톤 대회의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축제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대회에 출전한 주자 입장에서는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면 힘들어도 거기까지만 뛰자 하고 뛰게 되거든요. 하지만 지난주 서울마라톤 대회 당일 현장에서 직접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청계천 쪽은 안 그래도 주로가 굉장히 좁습니다. 좁은 주로에서 응원단 때문에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주자들도 있었고, 갑자기 응원단 쪽으로 진로를 트는 주자 때문에 뒤따라오던 사람이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규정상 응원단과 촬영자는 주로 바깥에서만 활동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이 플래티넘 라벨 대회라고 자평했지만, 정작 안전 요원 배치는 긴 구역과 많은 인파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배번양도와 급수대매너, 개인 문제인가 구조 문제인가
타인의 배번을 달고 뛴 사실이 드러나 완주 인증 직후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올해도 반복됐습니다. 모든 마라톤 대회는 엄격한 기록 관리와 안전 관리를 위해 배번 양도 및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매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어쨌든 저는 배번호까지 양도받아서 뛰는 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급수대에서도 주변을 살피지 않고 갑자기 멈춰 서거나, 음료를 마신 뒤 주로 한가운데 용기를 버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뒤따라오는 주자들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리기 때문에 앞사람이 갑자기 멈춰서는 경우나 바닥의 장애물까지는 고려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는 고스란히 뒤따라오는 주자 몫이죠.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를 참가자 개인의 미성숙함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회 운영 구조의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만 6천 명 규모의 대회에서 광화문 출발 대기 구간부터 철제 울타리가 휘청일 정도로 주자들이 몰렸고, 무교동에서 청계천으로 진입하는 구간은 해마다 극심한 병목현상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반복됐습니다. 주로 설계와 조별 출발 간격, 안전 요원 배치 밀도 같은 부분에서 구조적 개선이 없다면, 아무리 개인 매너를 강조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러닝에티켓 교육, 이제는 필수인가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러닝 클래스에서는 기록 단축 방법에 앞서 달리기 예절부터 교육하는 수업이 생겨났습니다. 대회에서 갑작스러운 주로 변경 금지, 운동장 트랙에서 운동 목적에 맞는 레인 선택, 급수대 이용 시 주변 살피기 같은 기초적인 내용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육상 트랙 안쪽 1번 레인은 기록 측정이나 빠른 주자를 위해 비워둡니다. 느린 속도로 달릴 사람은 중간 레인, 걷기 운동은 가장 바깥쪽 레인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저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러닝 에티켓은 모른다면 배워서라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달리기 예절을 별도로 교육하는 클래스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8번째 서울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한 참가자는 "대회 참여 연령이 젊어지고 여성도 많아졌지만, 기초적인 러닝 매너를 익히지 않고 그저 대회 기록만을 위해 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는 이런 예절을 제대로 모르고 뛰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 당일 눈으로 직접 보니, 작은 배려 하나가 수천 명이 함께 달리는 대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러닝 붐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록 경쟁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주최 측은 플래티넘 라벨의 위상을 지켰다고 자평했지만, 정작 반복되는 안전 문제에 대한 구조적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가자 교육과 함께 대회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안전하고 모두가 즐거운 러닝 문화는 그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입니다.
참고: https://www.seoul.co.kr/news/plan/Runner-supply-depot/2026/03/24/20260324035001?wlog_tag3=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