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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서브 3 대중화 (러닝 붐, 훈련법, 카본화)

by race 2026. 5. 5.

풀 마라톤을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의미하는 서브 3이 대중화 되었다는 이미지
서브 3은 정말 평범한 기록일까

서브 3가 이젠 '평범한 기록'이 됐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아주 약간의 박탈감이 뒤따를 뿐이죠. 공식 하프마라톤 기록이 1시간 50분대인 제게,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한다는 건 아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회 현장에 나가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서브 3 러너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풀 마라톤 완주 기록에 대한 기준도 조용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서브 3 마라토너가 넘쳐나기 시작했나, 러닝 붐에 대하여

5년 전만 해도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3를 달성하는 아마추어 러너는 300명 남짓이었습니다. 서브 3(Sub 3)란 풀 마라톤(42.195km)을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서브 3 주자가 1,500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5년 사이에 5배 가까이 늘어버린 겁니다. 작년 11월 열렸던 JTBC 서울마라톤에서 3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완주한 러너는 671명으로, 2년 전(392명)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합니다(출처: 러너블 공식 사이트).

이 변화의 배경은 복합적입니다. 30~40대 직장인들이 대거 러닝으로 유입된 것이 가장 큰 축을 차지합니다. 여자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이자 현재는 러닝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시는 권은주 감독님이 언급했듯, 직장에서 성취감을 얻기 힘든 시대에 달리기는 "하는 만큼 기록이 나오는" 몇 안 되는 영역입니다. 저도 권 감독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달리기는 열심히 하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고, 조금만 게으름 피워도 바로 실력이 떨어집니다. 이보다 정직한 운동이 있을까 싶은 운동입니다. 목표했던 거리의 기록이 1분, 아니 단 몇 초라도 줄어든 것을 보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이 계속 달리기를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풀 마라톤 서브 3가 이 정도로 대중화된 데에는 러닝 문화 자체의 변화도 큽니다. 러닝 크루(Running Crew), 즉 함께 달리는 소모임 문화가 확산되면서 훈련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고, 엘리트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러닝 클래스도 전국 곳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명 클래스에는 100명 이상이 몰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새는 달리기에 일가견 있는 분 들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도 많습니다. 이렇게 SNS를 통해서도 훈련 방법이나 정보가 확산되면서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따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서브 3를 가능하게 만든 훈련법과 카본화의 진화

서브 3를 달성하려면 1km를 평균 4분 16초 페이스로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합니다. 쉽게 말해, 단 한 번도 페이스를 크게 무너뜨리지 않고 3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훈련이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입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란 전력 질주 구간과 회복 달리기 구간을 교대로 반복하는 방식으로, 심폐 기능과 젖산 역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훈련법입니다.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란 근육에서 젖산이 쌓이기 시작하는 속도의 한계점으로, 이 수치를 높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더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7년째 마라톤을 해온 한 아마추어 러너는 러닝 클래스에서 인터벌 트레이닝과 함께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꾸준히 소화해 서브 3을 달성했다고 말합니다. LSD란 낮은 강도로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지구력 훈련으로, 유산소 기반을 넓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 주변 러너들 중 서브 3을 달성한 사람들도 대부분 이 두 가지 훈련을 조합하면서 주당 60km 이상을 최소 1년은 꾸준히 소화했습니다. 단기간에 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훈련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신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본 플레이트 슈즈(Carbon Plate Shoes)는 미드솔(중창)에 탄소섬유 판을 삽입한 러닝화로, 착지 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반발력으로 되돌려 주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3시간 3분을 달리던 사람이 카본화를 신으면 서브 3이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입니다. 카본화, 저도 신어 봤습니다. 치고 나가는 반발력도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다만 발목에 묘한 부담감이 왔고, 실력이 보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3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 또한 쉽게 지갑을 열게 하지 않았죠. 기능은 인정하지만, 실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의존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브 3 달성을 견인한 주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30~40대 신규 러너 유입 증가
  • 엘리트 훈련법의 SNS 확산
  • 러닝 클래스 전국적 보급
  • 카본 플레이트 슈즈 등 고기능성 장비 대중화
  • 러닝 커뮤니티 내 선의의 기록 경쟁

서브 3 대중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브 3 러너가 늘어난 것은 분명 러닝 문화가 건강하게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전국마라톤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각종 마라톤 대회의 총 참가 인원은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출처: 전국마라톤협회). 5, 10km 단거리부터 풀코스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이 규모 자체가 러닝이 이미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브 3가 아마추어 러너들 사이에 새로운 '기준'이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달성하고 끝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달성하고 나면 이제 2시간 40분, 2시간 30분대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날 것입니다. 어찌 보면 끝없이 올라가는 기록 경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브 3을 넘어 2시간 50분대, 40분대를 기록하고도 더 빠른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러닝 클래스가 기록을 단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반박하지 않습니다. 돈 내고 배우는 만큼 효과는 분명히 있겟죠. 그런데 체계적인 훈련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 또한 생길 수 있습니다. 카본 플레이트 슈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브 3을 달성하려면 30만 원대 신발이 사실상 필수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달리기의 본질은 기록이 아닙니다. 물론 기록을 향해 달리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서브 4도 해보지 못한 저 같은 사람도 달리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낍니다. 서브 3 대중화가 러닝의 저변을 넓히는 긍정적 신호로 작동하되, 기록 중심주의로 빠져들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브 3는 하나의 이정표일 뿐 목적지는 아닙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달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서브 3가 목표가 아니라도, 꾸준히 달리다 보면 언젠가 그 선에 서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일단 서브 4부터 해보겠습니다.


참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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