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로버트 허드슨 (비빔밥 러너, 기록, 훈련법)

by race 2026. 4. 4.

러닝 커뮤니티에서 '어차피 우승은 허드슨'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전주에 정착한 스코틀랜드 출신 러너 로버트 허드슨, 마스터스 부문에서 한국 엘리트와 6분 차이로 완주한 그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2025 경기국제하프마라톤 대회에서 남자 우승을 차지한 로버트 허드슨의 모습이다. 사진 출처 : 경기신문
2025 경기국제하프마라톤 대회에서 남자 우승을 차지한 로버트 허드슨의 모습이다. 사진 출처 : 경기신문

로버트 허드슨, 한국에 정착한 비빔밥 러너

로버트 허드슨은 201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DMZ 일대에서 마라톤 대회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 한국의 자연환경과 문화에 매료돼 아예 전주에 정착했고, 현재는 전북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청년이 전주에서 마라톤 인생을 시작해 15년 넘게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별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원래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18년간 축구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전주의 한 축구팀에서 뛰었지만 2015년 건강 관리를 위해 전업 축구를 그만두고 달리기로 전향했습니다. 처음엔 건강 유지가 목적이었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기록이 좋아지면서 점차 경쟁 레이스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만성동 일대 도로는 평지와 언덕이 적절히 섞여 마라톤 훈련에 최적화된 환경이었습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을 보며 달리는 게 한국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베를린마라톤, 시카고마라톤, 뉴욕마라톤 같은 세계 메이저 대회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세계 메이저 대회란 세계육상연맹이 공인하는 최상위 등급의 마라톤 대회 시리즈로, 보스턴·뉴욕·시카고·런던·베를린·도쿄·시드니 7개 대회를 묶어 월드 마라톤 메이저스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러너가 참가 신청을 하지만 추첨이나 기록 자격을 통해야만 출전할 수 있어 저와 같은 아마추어 러너에게는 버킷리스트나 다름 없는 대회들입니다. 저는 이 기록들을 보면서 전문 선수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사실 그는 195cm의 큰 키로 마라톤을 하기에 유리한 체형이 아니라는 것도 놀라운 점입니다.

압도적인 기록의 비밀

허드슨의 기록 변천사를 보면 성장 속도가 경이롭습니다. 2020년 역전마라톤에서 2시간 28분대였던 기록이 2023년 JTBC 마라톤에서는 2시간 24분 15초로 단축됐습니다. 역전마라톤이란 팀 단위로 구간을 나눠 배턴을 이어받아 달리는 릴레이 마라톤으로, 한 명이 전체 코스를 완주하는 일반 마라톤과 달리 여러 선수가 각 구간을 분담해 달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체전 및 각 지역 대회에서 활발히 열리며, 팀 전술과 개인 기량이 모두 중요한 종목입니다. 2024년 뉴발란스 하프마라톤에서는 1시간 6분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건 킬로미터당 3분 7초에서 3분 9초 페이스입니다. 거의 제 페이스에 절반에 가까운 페이스인데요, 글로 쓰면서도 믿기지가 않는 속도입니다.
2025년 11월 JTBC 서울마라톤에서는 마스터스 남자 부문에서 2시간 20분 16초로 1위를 차지했는데, 2년 전 개인 기록(PB)보다 4분이나 앞당긴 결과였습니다. 마스터스 부문이란 직업 선수가 아닌 일반인 참가자들이 경쟁하는 부문으로,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에서 엘리트 부문과 별도로 운영됩니다. 나이대별로 세분화되기도 하며, 아마추어 러너들이 자신의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경쟁 무대입니다. PB란 퍼스널 베스트(Personal Best)의 약자로, 개인이 특정 거리에서 달성한 역대 최고 기록을 의미합니다. 이날 한국 남자 엘리트 우승자와 고작 6분 차이였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이날 마라톤에 참가한 러너들을 응원하면서 주로에서 그가 달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더군요.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매주 150킬로미터를 소화한다는 사실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회를 앞둔 시기에는 5주 연속 매주 160킬로미터씩 훈련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매달 100킬로미터도 겨우 넘길때가 많은데, 비교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훈련법과 식단 이야기

허드슨의 훈련 프로그램을 보면 평소 조깅 페이스가 상당히 느린 편입니다. 조깅 페이스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저강도 달리기 속도로, 근육과 심폐 기능에 과부하 없이 기초 지구력을 쌓는 데 활용됩니다. 킬로미터당 4분 40초에서 5분 10초 정도로 여유롭게 달리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주중에 인터벌 훈련마라톤 페이스 훈련 같은 핵심 포인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합니다. 인터벌 훈련이란 고강도 달리기 구간과 저강도 회복 구간을 반복하는 훈련 방식으로, 심폐 지구력과 달리기 속도를 효율적으로 향상시킵니다. 마라톤 페이스 훈련이란 실제 대회에서 목표하는 속도로 일정 거리를 달리는 훈련으로, 레이스 감각을 익히고 체력 배분 능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포인트 훈련이란 주간 훈련 중 가장 중요한 핵심 세션을 뜻하며, 이 시간에 고강도 자극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집중적으로 도모합니다.
그의 식단도 독특합니다. 비빔밥을 정말 좋아해서 '비빔밥 러너'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평소 식단이 거의 한국 음식입니다. 한국인인 저보다 한국 음식을 더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고기는 잘 먹지 않고 해산물을 즐기며, 풀코스 완주 후에는 미역국으로 몸을 회복시킨다고 합니다. 3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개인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하는 허드슨은 앞으로 2시간 19분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도쿄마라톤과 런던마라톤 같은 세계 메이저 대회 참가 계획도 밝혔습니다. 매주 160킬로미터 훈련을 직장과 병행한다는 건 감탄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일반 동호인에게는 비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훈련, 동료와의 유대 같은 기본 원칙은 참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jb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506748


 

    소개 · 이용약관 · 문의하기 · 개인정보처리방침  

 

© 2026 어니스트 러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