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을 막 시작했을 때, 저도 운동 직후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10km를 달리고 나면 어김없이 1kg 가까이 줄어 있었고, 그걸 보며 "오늘 제대로 했다"고 뿌듯해했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마다 숫자는 다시 원래대로였습니다. 한 달을 꾸준히 달렸는데도 체중 추세는 거의 그대로였고, 그때는 이유를 몰라 꽤 답답했습니다. 알고 보니 운동 직후 빠지는 체중의 대부분은 지방이 아닌 수분 손실이었습니다.
운동 후 빠진 1kg, 지방이 아닌 수분 손실이었습니다
러닝 후 줄어드는 체중을 지방 감소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1시간 중강도 러닝 시 감소하는 체중의 95% 이상이 발한, 즉 땀을 통한 수분 배출입니다. 발한이란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 표면으로 수분을 내보내는 생리 작용을 말합니다. 체중 70kg 성인이 10km를 달릴 경우 평균 700-1,400ml의 땀이 배출되며, 이는 체중으로 환산하면 0.7-1.4kg에 해당합니다. 같은 시간 동안 실제로 연소되는 체지방은 고작 50-100g 수준입니다.
작년 여름, 유난히 덥고 습했습니다. 아침에 10km를 달렸을 때 전후 체중 차이가 2kg까지 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특히 빠르게 뛴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기온이 높아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렸던 것뿐이었습니다. 기온 25도 이상에서는 15도 이하 환경에 비해 체중 감소량이 거의 두 배에 달한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땀이 단순히 물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엄연히 따지면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땀의 약 99%는 수분이지만 나머지 1%에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해질이란 체내 수분 균형과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이온성 미네랄을 의미합니다. 이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에 단순히 물만 마신다고 해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입니다. 러닝 페이스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기는데,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린 그룹은 평균 1.2kg이 줄었지만 6분 30초 페이스 그룹은 0.9kg 감소에 그쳤습니다. 강도가 높을수록 심부 체온이 올라가고 발한량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수분 보충, 타이밍과 양이 핵심입니다
수분 보충에 대해서는 "목마를 때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는 그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겠죠. 그런데 지금처럼 러닝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금 더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합니다. 작년 하프마라톤 연습 중 수분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가 마지막 5km 구간에서 다리에 근육 경련이 심하게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대로 고생한 이후로는 장거리 러닝할 때 수분 보충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수분뿐만 아니라 전해질 보충도 꼭 해주어야 합니다.
미국 스포츠 의학회(ACSM)의 권장 기준에 따르면, 운동 전후 수분 관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 스포츠 의학회).
- 운동 2-3시간 전: 체중 1kg당 5 - 7ml 섭취 (70kg 기준 약 350 - 490ml)
- 운동 중: 15 - 20분 간격으로 150 - 250ml씩 나눠 섭취
- 운동 후: 손실된 체중 1kg당 1.25 - 1.5리터를 2-3시간에 걸쳐 천천히 보충
처음에는 10km 이하 짧은 거리를 달릴 때 "굳이 챙겨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조금씩 나눠서 물을 마시기 시작하니 후반부 페이스가 눈에 띄게 안정되더라고요.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면 절대 안 됩니다.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아도 후반부를 위해 조금씩 자주 마셔줘야 합니다.
1시간 이상 달릴 때는 스포츠 음료나 전해질 음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해질 음료를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 1리터에 소금 1/4 티스푼, 꿀 2스푼, 레몬즙을 조금 넣으면 간단한 전해질 보충액이 됩니다. 당 함량을 직접 조절할 수 있으니, 시중에 판매하는 스포츠 음료보다 조금 더 건강하게 수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과도한 수분 섭취가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나트륨혈증이란 혈중 나트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상태로, 두통, 구역질, 심한 경우 의식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거리 레이스에서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 러너들에게 실제로 발생하는 사례가 있어, 물을 충분히 마시되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중 측정, 매일 재는 것이 오히려 독입니다
체중을 매일 재는 것이 동기부여가 될 줄 알았는데, 저에겐 오히려 역효과였습니다. 처음 한 달 동안 매일 체중을 쟀을 때, 하루에도 1kg 이상이 오르내리는 숫자에 계속 흔들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다음 날 체중계 숫자에 신경이 쏠렸고, 그게 은근히 스트레스였습니다.
체중의 단기 변동은 수분 보유량(Water Retention)에 크게 좌우됩니다. 수분 보유량이란 체내 조직에 남아 있는 수분의 양을 의미하며, 식사 내용, 염분 섭취, 운동 강도, 수면 상태 등에 따라 하루 사이에도 1-2kg가량 변동됩니다. 이 때문에 매일 체중을 재면 실제 지방 변화보다 수분 변동을 측정하는 꼴이 됩니다.
올바른 측정 방법은 기상 직후, 화장실을 다녀온 뒤, 같은 조건에서 주 1-2회만 재는 것입니다. 저도 주 1회만 체중을 재게 되면서 비로소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는 체중보다 달리기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수분 상태를 간편하게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소변 색깔을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연한 노란색이면 수분이 충분한 상태이고, 진한 노란색이나 갈색에 가까우면 추가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일반적으로 탈수가 쉽게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건강한 성인은 몸이 꽤 신호를 잘 보내줍니다. 목마름과 소변 색깔, 이 두 가지만 잘 챙겨도 일상적인 러닝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하프마라톤 이상의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계획적인 수분 섭취 전략이 따로 필요합니다. 레이스 당일 컨디션이 좋고 나쁨의 차이가 대회 전 수분 관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러닝 후 체중 감소는 대부분 수분 손실이고, 실제 체지방 감소는 주 단위, 월 단위로 추세를 봐야 보입니다. 수분 보충을 꼼꼼히 챙기고 체중은 일주일에 한 번만 같은 조건에서 재기 시작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운동의 효과는 하루하루의 숫자가 아니라 꾸준히 쌓인 시간이 증명해 줍니다. 러닝을 막 시작했거나 체중 변화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이라면, 체중계보다 먼저 수분 관리 습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 미국 스포츠 의학회(ACSM) 수분 보충 권장 기준: https://www.acsm.org
- 세계보건기구(WHO) 수분 및 전해질 관련 자료: https://www.wh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