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케이던스 158이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러닝 워치를 처음 샀을 때의 일입니다. 180이 정답이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왔던 터라, 마치 숙제를 못 낸 학생처럼 찜찜한 기분이 오래갔습니다. 케이던스 180은 정말 모든 러너에게 통하는 공식일까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검증해 봤습니다.
오버스트라이딩이 무릎을 망가뜨리는 이유
케이던스(cadance)란 1분 동안 양발이 지면에 닿는 총횟수를 말합니다. 단순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가 달라지면 착지 방식, 충격 분산, 에너지 효율이 모두 바뀝니다. 무조건 보폭을 크게 해야 빨리 달린다고 생각했던 제가, 케이던스를 의식하면서 무릎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입니다. 케이던스가 낮으면 자연스럽게 보폭이 길어집니다. 발이 몸의 중심보다 훨씬 앞쪽에 먼저 닿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오버스트라이딩입니다. 오버스트라이딩(Overstriding)이란 발이 몸의 무게중심보다 지나치게 앞쪽에 착지하는 주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달리면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습니다. 추진력이 상쇄되고, 충격이 무릎과 발목에 집중됩니다.
제가 케이던스 155~158로 달리던 시절, 무릎 안쪽이 자주 욱신거렸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훈련량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착지 위치 문제였습니다. 발이 몸 앞쪽에 찍히는 순간 지면 충격이 관절에 그대로 전달됐던 겁니다.
케이던스를 높이면 보폭이 짧아지면서 발이 몸 중심 가까이에 착지합니다. 지면 접촉 시간도 자연히 줄어들고, 충격이 분산되면서 관절 부하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케이던스를 10% 높이는 것만으로 무릎 부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다만 케이던스를 올린다고 해서 자동으로 착지 위치가 교정되는 건 아닙니다. 억지로 발을 빠르게 굴리면서도 여전히 발이 앞쪽에 찍힌다면 근본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지면 접촉 시간과 탄성 에너지의 관계
케이던스가 달라지면 지면 접촉 시간이 바뀝니다. 지면 접촉 시간이란 달리는 동안 발이 지면에 닿아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 시간이 짧을수록 에너지 손실이 줄고, 다음 걸음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160 케이던스는 초보 러너에게 자주 나타나는 리듬입니다. 이 리듬에서는 체공 시간이 길고 착지 충격이 큰 편입니다. 여기서 체공 시간이란 양발이 모두 지면을 벗어나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을 말합니다. 체공 시간이 길수록 착지 순간 충격이 강해지고, 에너지 손실도 커집니다. 장거리를 달릴수록 이 누적 충격이 문제가 됩니다. 제각 마라톤 대회에서 후반에 무릎이 갑자기 아파오거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낮은 케이던스가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180 케이던스에서는 탄성 에너지 활용이 극대화됩니다. 탄성 에너지란 근육과 힘줄이 늘어나면서 저장했다가 수축 시 방출하는 에너지입니다. 달릴 때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발목과 종아리 힘줄에 에너지가 저장되고, 이것이 다음 걸음의 추진력으로 전환됩니다. 케이던스가 높을수록 이 사이클이 더 자주, 더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케이던스를 170 후반대로 끌어올리고 나서 같은 페이스인데 호흡이 훨씬 편안해진 게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에너지 소비 방식이 달라져서 저 스스로가 힘들지 않게 느낀 겁니다.
케이던스 교정, 이렇게 접근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80 케이던스를 목표로 삼으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처음부터 그 숫자를 쫓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처음에 의식적으로 발 회전을 빠르게 하려다 오히려 리듬이 무너졌고, 평소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종아리가 평소보다 두 배는 빨리 피곤해졌고, 어느 날은 그냥 원래대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전체 달리기 중 짧은 인터벌 구간에서만 의식적으로 케이던스를 높이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달리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메트로놈 앱보다는 분당 170~180비트 음악이 훨씬 즐거웠습니다. 리듬을 의식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발 회전이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이 방식으로 두 달쯤 꾸준히 하자 케이던스가 자연스럽게 175 전후로 올라갔습니다.
케이던스 교정 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체 달리기 중 5분 구간만 의식적으로 발 회전을 빠르게 연습하고, 나머지는 편안하게 달린다
- 분당 170~180 BPM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리듬을 자연스럽게 맞춘다
- 워치나 앱으로 매 달리기 후 케이던스 수치를 확인하되, 수치에 집착하지 않는다
- 케이던스보다 착지 위치를 먼저 점검한다. 발이 몸 앞쪽에 찍히는 느낌이 나면 보폭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한 가지 보충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케이던스를 높이면 발목 주변 근력 부담이 커집니다. 제 경험상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에 피로가 집중됐는데, 처음부터 무리하게 높이면 여기서 부상이 날 수 있습니다. 주차별로 5~10 단위로 서서히 높여가는 게 안전합니다.
180이 정답이 아닌 이유
키, 다리 길이, 근력 수준, 러닝 목적이 다르면 최적 케이던스도 달라집니다. 엘리트 러너의 평균이 180이라는 건 맞지만, 그게 모든 사람에게 목표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로 키가 큰 러너일수록 자연 케이던스가 낮은 경향이 있고, 같은 속도에서도 최적 케이던스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출처: Runner's World).
제가 직접 비교해서 달려 보니, 175 케이던스로 달리는 지금이 억지로 180을 쫓던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부상도 없습니다. 오히려 케이던스를 의식하지 않게 된 지점부터 무릎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몸이 리듬을 기억하고 나면 굳이 숫자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결국 케이던스는 수단입니다. 오버스트라이딩을 줄이고 착지 위치를 교정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180이라는 숫자보다 "발이 몸 아래에 자연스럽게 착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저는 숫자를 버리고 나서야 달리기가 편안해졌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케이던스 교정은 단기 목표가 아니라 달리기 습관을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입니다. 158에서 출발하더라도 조급하게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구간부터 천천히 몸에 새 리듬을 익히다 보면, 어느 날 케이던스를 확인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릎 통증으로 고민 중이라면, 숫자보다 착지 위치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트레이닝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