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 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 이른바 '골든타임'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다음 날 컨디션이 천지차이로 달라집니다. 장거리 훈련 후 그냥 자버린 다음 날의 그 무거운 다리와, 바나나와 그릭 요구르트처럼 간단히 뭐라도 챙겨 먹은 다음 날 아침의 체감 차이로 이 사실을 배웠습니다.
골든타임, 진짜로 차이가 날까
러닝을 시작한 초반에는 달리고 나서 배가 고프면 먹고, 아니면 그냥 잤습니다. 피곤하니까 자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거리 훈련 다음 날이면 유독 회복이 느리고 다리가 무거웠습니다. 그게 영양 섭취의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운동 직후에는 글리코겐(glycogen) 보충이 핵심입니다. 글리코겐이란 근육과 간에 저장되는 탄수화물의 형태로, 달리는 동안 주요 에너지원으로 소모되는 물질입니다. 이게 고갈된 상태로 잠들면 근육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피로가 다음 날까지 이어집니다. 수면 중 피로 회복이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던 저는 글리코겐과의 상관관계까지는 몰랐던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영양을 보충해 주어야 할까요? 운동 직후 영양 섭취의 이상적인 비율은 탄수화물 대 단백질을 3:1 또는 4:1로 맞추는 것입니다. 탄수화물이 글리코겐을 빠르게 채우는 동안, 단백질이 손상된 근섬유를 복구합니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비율입니다. 저는 이 비율을 알고 나서 굳이 비싼 보충제를 살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초콜릿 우유의 영양성분을 아시나요? 의외로 이 초콜릿 우유 하나가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율을 꽤 자연스럽게 충족합니다. 다만 러닝의 강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러너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너무 차려 먹기 귀찮을 때 저는 초콜릿 우유를 한 팩 마십니다. 안 먹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요. 힘든 훈련 후 잘 챙겨 먹어야겠다 싶을 때는 주로 바나나와 그릭 요구르트 조합을 선택합니다. 이게 저한테는 소화도 잘 되고 다음 날 컨디션도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공복 러닝, 지방 연소에 유리하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공복 러닝이 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인슐린 수치가 낮기 때문에 지방산(fatty acid)이 에너지원으로 더 잘 동원됩니다. 지방산이란 체지방이 분해될 때 혈액으로 방출되는 에너지 기질로, 탄수화물이 부족할 때 우선적으로 활용됩니다. 공복인 경우 탄수화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방이 연소되는 원리인 거죠.
그런데 저는 이 방식으로 낭패를 봤습니다. 일어났을 때 이미 배가 고픈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복인 상태로 러닝을 하기 위해 배고픔을 참고 일부러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나갔습니다. 원래 목표는 10km였으나 5km 지점에서 머리가 핑 돌았습니다. 저혈당 증상이었습니다. 억지로 완주는 했지만 페이스는 엉망이었고, 그날 오후 내내 무기력했습니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팠고, 탄수화물을 보충했어도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공복 러닝이 모두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출발 두 시간 전까지는 공복을 유지하되, 너무 배가 고프다 싶으면 한 시간 전에 바나나 하나만 먹습니다. 이게 저한테 맞는 균형점이었습니다.
공복 러닝이 체중 감량에 약간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요. 하지만 저혈당 위험이나 훈련의 질 저하를 감수할 만한지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혈당 조절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공복 러닝보다는 소화가 빠른 음식을 소량 섭취하고 나가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실제로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는 운동 전 탄수화물 섭취가 고강도 운동 퍼포먼스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출처: International Society of Sports Nutrition).
에너지 젤, 먹어보기 전엔 안 믿었습니다
장거리 러닝에서 에너지 젤을 처음 섭취해 본 건 하프마라톤 훈련 중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물이 아닌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그냥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의식적으로 에너지 젤을 섭취했습니다. 크게 힘들지 않았지만, 후반부를 위해 젤 하나를 10km 즈음에서 먹었습니다. 처음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에 먹지 않고 조금씩 나눠서 먹었습니다. 나눠서 먹으니 위에도 부담이 가지 않았고 달리는 페이스도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후반 5km 페이스가 눈에 띄게 안정됐습니다. 러닝 도중 에너지 젤을 먹는 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지 몰랐습니다.
에너지 젤은 주로 말토덱스트린(maltodextrin)과 포도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말토덱스트린이란 전분을 부분 분해해 만든 복합 탄수화물로, 소화 속도가 빠르면서도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아 장거리 운동 중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에 적합합니다. 에너지 젤 한 팩에는 대략 25그램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으며, 한 시간 이상 달릴 경우 시간당 30~60그램의 탄수화물 보충이 권장됩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시간마다 젤 1~2개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먹으면서 달리는 게 어색했지만, 몇 번 해보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장거리 러닝 중 영양 보충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60분 미만 러닝: 중간 보충 불필요, 출발 전 식사로 충분
- 60~90분 러닝: 60분 전후로 에너지 젤 또는 포도당 캔디 1개
- 90분 이상 러닝: 30~45분 간격으로 탄수화물 30~60g 보충
다만 에너지 젤은 종류마다 성분 구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심지어는 카페인이 포함된 제품도 있습니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일부러 카페인이 든 에너지 젤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이 받지 않는 체질이라면 꼭 확인해야겠죠? 처음 섭취해 보는 에너지 젤이라면 무조건 훈련 중에 먼저 테스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레이스 당일 처음 복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습니다.
결국은 내 몸에 맞는 조합을 찾는 것
영양 섭취 전략을 목적별로 나누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체중 감량이 목표인 분들에게 운동 후 고칼로리 보상 식사는 역효과입니다. 달리고 나서 기분 좋다고 피자 한 판을 먹으면 소모한 칼로리를 충분히 넘겨버리겠죠? 반대로 마라톤 훈련처럼 고강도 장거리를 소화하는 분들은 탄수화물을 줄이면 훈련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피자 한 판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하게 복합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근육량 증가가 목표라면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킬로그램당 1.6~2.2그램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에서도 근력 운동 및 지구력 운동 병행 시 권장하는 수치입니다(출처: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소화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저는 바나나를 먹어도 위가 편하지만, 같이 달리는 지인 중에는 바나나만 먹으면 배가 꼬인다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먹어보며 느낀 건, 남들이 좋다는 조합이 내 몸에도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어도 여러 조합을 직접 시험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양 섭취가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잘 먹는 것이 훈련 자체만큼 달리기 실력에 영향을 준다는 건 저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다음 훈련 후 딱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30분 안에 바나나 하나라도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