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러닝을 시작하면서 러닝화 하나 고르는 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브랜드마다 입문자용부터 레이싱화까지 라인업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요즘은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이 제품 출시, 대회 후원, 커뮤니티 운영까지 전방위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게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저에게 러닝화를 고르기 어려운 이유로 다가옵니다.
러닝화 고르기 어려운 이유: 라인업
뉴발란스, 데상트, 아디다스, 푸마 같은 주요 브랜드들이 입문자용 데일리 러닝화부터 엘리트 러너를 위한 레이싱화까지 적게는 7~8개, 많게는 10개 이상 스타일을 내놓고 있습니다. 데일리 러닝화란 매일 훈련에 사용하는 일반 훈련용 러닝화로, 레이싱화보다 쿠셔닝이 두텁고 내구성이 강하며 장거리 조깅부터 중강도 훈련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저는 처음 러닝화 살 때 데일리 러닝화를 사야 하나 싶었는데, 러닝 편집숍에서 발 분석을 받고 나서야 제 발 유형에 맞는 카테고리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뉴발란스는 데일리 러닝화를 주력으로 하며, 높아진 미드솔로 안정적인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미드솔이란 신발 밑창의 중간층으로 충격 흡수와 에너지 반환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저도 이 모델을 한 켤레 가지고 있는데, 조깅할 때 편하게 착용이 가능해서 종종 꺼내 신습니다. 데상트는 트레일 러닝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운영합니다. 트레일 러닝이란 산길, 흙길, 자갈길 등 비포장 자연 지형을 달리는 러닝으로, 일반 로드 러닝보다 지면이 고르지 않아 발목과 무릎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지며 전용 트레일화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저도 종종 트레일 러닝을 하기 때문에 트레일 러닝화를 하나 장만해야 해서 데상트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대표 러닝 라인업인 아디오스 프로 라인을 확장했습니다. 저는 아디오스 프로 3 모델을 신어봤는데, 확실히 가볍고 카본 플레이트화가 주는 반발력이 뭔지 느꼈습니다. 카본 플레이트화란 신발 밑창 내부에 탄소섬유 플레이트가 삽입된 고성능 레이싱화로, 착지 시 지면 반발력을 극대화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추진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악마의 뿌리라고 불리는 부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추천되는 신발은 아닙니다. 악마의 뿌리란 아디오스 프로 라인에 플라스틱 소재로 부착된 신발 끈을 넣는 구멍입니다. 이 부분이 발등과 마찰을 일으켜 통증이나 부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러너들이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이게 심하면 피가 나기도 하는데, 저는 운이 없게도 물집이 심하게 잡히고 피가 나서 결국 몇 번 못 신고 중고 거래로 처분했습니다. 푸마는 입문자와 풀코스 PB 경신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 러너까지 타깃으로 잡고 있습니다. PB란 퍼스널 베스트(Personal Best)의 약자로, 개인이 특정 거리에서 달성한 최고 기록을 의미합니다. 러너들 사이에서 대회 참가의 주요 동기 중 하나로, PB 경신 여부가 훈련 강도와 장비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제품 출시보다 중요해진 대회 후원
제품 경쟁과 함께 대회 주최 및 후원, 전문 매장 확대, 러닝 크루 운영 같은 마케팅 투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뉴발란스는 3월 2일 '2026 런유어웨이 하프레이스 서울'을 개최했는데, 올해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하프레이스란 풀 마라톤(42.195km)의 절반인 21.0975km를 달리는 대회로, 풀코스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 중급 러너들이 도전하기 좋은 거리입니다. 이제는 뉴발란스 하면 단연 떠오르는 대회가 된 만큼, 저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더라고요. 당첨이 되기 힘들어서 문제 이긴 하지만요. 데상트는 지난 1월 처음으로 시도한 실내 10K 마라톤 '2026 인사이드런 W'를 시작으로 3월 8일 '2026 고양특례시 하프마라톤', 11월 1일 '2026 JTBC 서울마라톤' 후원에 나섭니다. 아디다스는 3월 15일 열리는 '2026 서울마라톤'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합니다. 서울마라톤은 매년 약 4만 명이 참여하는 국내 대표 마라톤 대회입니다. 저도 2023년과 2025년에 두 번 참여했었는데, 대회 규모만큼이나 운영도 매끄럽고 완주 기념품도 알찼던 기억이 납니다. 푸마는 지난해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서울레이스' 공식 후원사로 활동합니다. 서울레이스는 매년 10월 개최되는데, 하프코스와 11km 2개의 코스로 운영됩니다. 저도 서울레이스에 작년 10월에 참여했는데, 기념 티셔츠가 하늘색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올해도 기회만 되면 또 참여할 예정입니다.
커뮤니티 운영이 미치는 영향
이제는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혼자 달리다가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러닝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러닝이 훨씬 재미있어졌고, 자연스럽게 그 커뮤니티가 후원받는 브랜드 제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들의 명확한 포지셔닝이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포지셔닝이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경쟁 브랜드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결정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 브랜드는 이런 러너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라인업이 많아진 건 좋은데, 각 모델의 차이가 뭔지 정확히 설명해 주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결국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러닝 커뮤니티에서 후기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브랜드가 비슷하게 대회 후원, 커뮤니티 운영, 제품 세분화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각 브랜드의 진짜 강점과 약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쉬웠습니다. 저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브랜드가 어떤 러너에게 더 적합한지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러닝화를 고르면서 느낀 건, 브랜드들이 '우리는 이런 러너를 위한 브랜드입니다'라고 명확히 포지셔닝하기보다는 '모든 러너를 위한 브랜드'라는 식으로 전략을 펼쳐서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러닝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제품 경쟁력은 물론, 대회와 커뮤니티를 통한 경험 설계가 브랜드 점유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 모든 전략이 비슷해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어려움이 오히려 커진 측면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 성장을 위해서는 더 명확한 포지셔닝과 차별화 전략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https://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cate=CAT11Z&idx=223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