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공원을 달리고 나면 땀에 젖은 상태로 백화점 들어가기가 영 민망했습니다. 그래서 러닝 용품이 필요해도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더현대서울에 러너 전용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아예 날을 잡아서 직접 다녀왔습니다. 더현대서울 백화점 안에 162평 규모로 조성된 더현대 러닝 클럽은 단순히 스포츠 브랜드를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러너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었습니다. 운동복 차림으로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발 분석부터 장비 체험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더현대 러닝 클럽과 함께 새단장한 굿러너컴퍼니
기존 더현대서울에도 굿러너컴퍼니 매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공간이 확장되면서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굿러너컴퍼니는 러닝에 특화된 편집숍으로, 단일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다양한 러닝화와 러닝 용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는 멀티 브랜드 공간입니다. 전문 스태프가 상주하며 발 분석부터 러닝화 추천까지 밀착 상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스포츠 매장과 차별화됩니다. 오늘 제가 봤을 때 가장 눈에 띈 점은 단순히 신발을 진열해 두는 게 아니라 발 형태를 분석한 뒤 맞춤형 러닝화를 추천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스캐너에 발을 스캔하면 아치 높이, 발 폭, 착지 패턴 등을 분석해서 왜 이 신발이 나에게 맞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아치란 발바닥의 안쪽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으로, 달리는 동안 지면 충격을 흡수하고 체중을 분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치 높이에 따라 평발, 정상, 오목발로 구분되며 각 유형에 따라 적합한 러닝화의 쿠셔닝과 지지력 구조가 달라집니다. 착지 패턴이란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의 방식을 의미하며, 뒤꿈치부터 닿는 리어풋, 발 중간 외측이 먼저 닿는 미드풋, 발 앞쪽이 먼저 닿는 포어풋으로 구분됩니다. 착지 패턴에 따라 무릎과 발목에 가해지는 충격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에 러닝화 선택의 핵심 기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저는 아치가 낮은 편이라 쿠션이 과하게 부드러운 신발을 신으면 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단단한 러닝화를 선택하면 안정성과 속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함께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신고 있는 러닝화가 발에 맞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이 진단을 통해서 왜 장거리에서 발이 피로해지는지 이유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쿠션이 좋다, 반발력이 강하다는 신발 기능에 대한 설명만 들었을 때보다 와닿는 정보였습니다. 발을 스캐닝해서 신발을 추천해 주는 이 방식은 특히 초보 러너들에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러닝화를 고를 때 디자인이나 브랜드만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발 형태에 따라 필요한 신발이 다릅니다. 스태프에게 추천받은 신발 두 켤레를 신어봤는데, 분석을 토대로 해서 그런지 발에 더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굿러너컴퍼니의 또 다른 특징은 예약 없이 방문해도 충분히 상담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약 없이 가도 전문 스태프가 기본적인 발 스캔을 도와주고 러닝화 큐레이션을 해주었습니다. 큐레이션이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전문가가 기준을 세워 적합한 제품이나 콘텐츠를 추려주는 서비스로, 러닝 용품처럼 선택지가 방대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피로를 크게 줄여줍니다.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나니 이 공간 전체가 일종의 러닝 큐레이션 공간으로 기획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매장에 진열된 러닝화 수십 켤레가 브랜드별이 아니라 기능별로 정리돼 있어서, 내가 어떤 목적으로 달리는지를 기준으로 신발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매장과 가장 크게 달랐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러너의 성장을 돕는 공간으로 설계됐다는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브랜드를 탐방해 보다
굿러너컴퍼니 바로 옆에는 요즘 러닝 커뮤니티에서 화제인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 라이다 매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라이다 선글라스를 두 개 가지고 있는데, 직접 써보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보고 구매하느라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오프라인에서 직접 써볼 수 있어서 좋았고, 모델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색상이나 렌즈 느낌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데, 실물로 착용해보니 선택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러닝용 선글라스는 착용감과 흘러내림 방지 기능이 굉장히 중요한데, 직접 써보고 고개를 흔들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새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옆으로 이어지는 EQL 퍼포먼스 클럽도 방문했습니다. EQL 퍼포먼스 클럽은 한섬이 운영하는 스포츠 전문 편집숍으로, 더현대 러닝 클럽에 단독으로 입점한 공간입니다. 국내외 러닝 전문 브랜드를 한데 모아 구성했으며, 단순 판매를 넘어 러너들이 실제로 필요한 장비를 체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RAP, KALEG처럼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알려져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처럼 뛰고 바로 온 듯한 운동복 차림의 젊은 고객들도 꽤 많았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뉴마핏 러닝 진단존이었습니다. 심박수 센서와 호흡 측정기를 착용한 뒤 러닝머신에서 시속 4km부터 10km까지 속도를 점진적으로 올리며 심박과 폐활량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심박수 센서란 심장이 1분 동안 뛰는 횟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로, 운동 강도와 체력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됩니다. 측정이 끝나면 전문 코치가 1대 1로 상담하면서 지방대사능력, 최적의 지방 연소 구간, 개인별 적정 운동 강도 등을 수치화된 리포트로 제공합니다. 지방대사능력이란 운동 중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신체 능력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장거리 러닝 시 에너지 고갈 없이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평소 어떤 강도로 달려야 지방이 효율적으로 연소되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바로 진단받을 수 있으면 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3월 예약은 100% 찬 상태여서 아쉬웠습니다. 이 진단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 전에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의도 러닝 인프라와의 연결
더현대서울이 위치한 여의도는 러너스테이션, 한강공원, 여의도공원 등 러닝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입니다. 러너스테이션이란 러닝 전후 탈의, 샤워, 짐 보관이 가능한 러너 전용 편의 시설로, 주요 러닝 코스 인근에 위치해 달리기 전후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거점 공간입니다.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은 여의도 한강 러닝 코스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러너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시설입니다. 제가 봤을 때 여의도에 더현대 러닝 클럽이 자리 잡은 건 단순한 입지 선택이 아니라, 러너들의 동선을 정확히 파악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입니다. 한강을 달리고 나서 바로 들러서 장비를 구경하고 필요한 러닝용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이어진 동선이 이 공간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주말에는 입점 브랜드들이 직접 러닝 세션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매장에서의 체험이 실제 야외 러닝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저도 기회가 되면 한 번 참여해 볼 생각입니다.
가민 매장에서는 무중력 트레드밀 위에서 200m를 달리는 체험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는데, 7:00 페이스에 맞춰 완주하면 신제품인 970 모델 응모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중력 트레드밀이란 공기압을 이용해 체중의 일부를 지지해주는 특수 트레드밀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 러닝 동작을 훈련할 수 있어 재활이나 부상 예방 목적으로도 활용됩니다. 페이스란 1킬로미터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과 초로 표현한 수치로, 7:00 페이스는 1km를 7분에 달린다는 의미입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빠른 속도를 뜻하며, 러닝에서 속도를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지표입니다. 저도 친구들과 함께 참여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페이스를 맞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트레드밀 위에서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게 야외 달리기와 느낌이 아예 달라서 처음 몇 초간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페이스는 맞추지 못했지만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스포츠 타월을 받아 왔습니다.
오늘 다녀온 후기를 요약하자면 더현대 러닝 클럽은 러너를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기존 스포츠 매장과 확실히 다릅니다. 더현대 러닝 클럽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단순히 러닝 용품을 파는 것을 넘어서, 러너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지원하는 거점이 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러닝 인구 1,000만 시대, 러너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의 기준이 이제 달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