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솔로 런이 화제입니다. 러닝 대회를 여러 번 참가해 봤지만, 참가비가 7만 원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한 번 멈칫했습니다. 10km에 이 정도 금액이면 일반 대회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이거든요. 하지만 나는 솔로 애청자이면서 동시에 러너인 제 입장에서는 이 행사가 묘하게 끌렸습니다.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직접 살펴본 구성과 솔직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나는솔로런 참가비
제가 처음 이 행사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10km에 7만 원이면 좀 세다'는 거였습니다. 보통 제가 뛰었던 서울 시내 10km 대회들은 대부분 3만 원에서 5만 원 선이었거든요. 1만 원에서 2만 원인 가성비 넘치는 대회도 있고요. 그런데 구성을 살펴보니 단순 러닝 대회라기보다는 방송 콘텐츠 체험 행사에 가깝더군요. 일단은 휠라 기능성 티셔츠, 나는 솔로 우산, 타투 스티커, 자기소개 카드 같은 굿즈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굿즈란 특정 브랜드나 콘텐츠와 관련된 기념 상품을 통칭하는 말로, 행사 참가 시 제공되는 티셔츠, 에코백, 스티커 등이 대표적입니다. 러닝 대회에서도 완주 메달과 함께 굿즈가 제공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방송사 ENA에서 직접 주최하는 라이선스 행사라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라이선스 행사란 특정 콘텐츠나 브랜드의 공식 사용 권한을 가진 주체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행사를 뜻하며, 콘텐츠의 세계관과 설정을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이름이 적힌 배번호를 선택해서 달 수 있다는 점도 단순 참가증과는 다르게 신박한 느낌이었습니다. 배번호란 마라톤 등 러닝 대회에서 참가자가 가슴이나 배 부분에 부착하는 번호표로, 공식 기록 측정과 참가자 식별을 위해 사용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번호 대신 나는 솔로 캐릭터 이름이 적혀 있어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소장 가치 있는 굿즈가 됩니다. 제 기준에서 이건 러닝 대회 참가비라기보다는 나는 솔로 세계관 입장료와 러닝 코스 이용권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순수하게 기록 단축이나 달리기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러너라면 비용 대비 만족도가 낮을 수 있지만, 방송 팬이면서 러닝도 즐기는 분이라면 이야깃거리와 경험 자체에 값어치를 느낄 여지가 충분합니다.
체험 프로그램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행사 전체가 러닝 완주 자체보다 '체험'에 무게를 두고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여의도 문화의 마당에서 출발해 서강대교 인근을 반환하는 코스는 다른 10km 대회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평이한 구성입니다. 반환 코스란 출발지에서 특정 지점까지 달렸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방식의 코스로, 반환점이라 불리는 방향 전환 지점을 기준으로 전반부와 후반부가 같은 구간을 반복하게 됩니다.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포인트 투 포인트 코스에 비해 응원이나 안전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스 자체보다 눈에 띄는 건 그 주변에 채워진 프로그램들입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선택한 캐릭터 이름을 달고 달리게 되는데, 여성 참가자는 영숙, 정숙, 순자, 영자, 옥순, 현숙 중 하나를, 남성 참가자는 영수, 영호, 영식, 영철, 광수, 상철 중 하나를 고릅니다. 수천 명의 영철과 옥순이 한꺼번에 여의도를 달리는 장면은 그 자체로 다신 없을 체험입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유일무이한 SNS 콘텐츠가 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또한, 현장에는 자기소개 시간, 메달 매칭 이벤트, 포토존 등이 배치돼 있습니다. 이건 단순 러닝 행사를 넘어 팬미팅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이렇게 다채로운 완주 후 체험 프로그램은 처음 봤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러닝 전후로 체험하는데만 시간을 꽤 쓸 것 같습니다.
러닝문화 확산
제가 이 행사를 보면서 가장 긍정적으로 본 지점은 러닝 입문 통로로서의 가능성입니다. 러닝 입문 통로란 평소 달리기에 관심 없던 사람이 특정 계기를 통해 러닝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를 뜻하며, 좋아하는 콘텐츠나 문화와 결합된 행사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평소 달리기에 관심 없던 나는 솔로 팬들이 이 행사를 계기로 러닝화를 처음 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능 콘텐츠와 러닝을 결합한 구조는 러닝 대회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저는 이런 시도가 러닝 저변 확대에 분명 기여한다고 봅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행사가 러닝 대회로 포지셔닝되었지만, 실제로는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에 가까운 구조라는 점입니다. 포지셔닝이란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특정 상품이나 행사가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는지를 결정하는 마케팅 개념으로, 러닝 대회로 포지셔닝된 행사라면 달리기 경험의 완성도 역시 중요하게 평가받게 됩니다. 러닝 자체의 완성도보다 굿즈와 팬미팅에 비용이 집중된 셈이라, 이 행사를 통해 러닝에 입문한 분들이 다음에 일반 대회에 참가했을 때 "생각보다 밋밋하다"라고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런 실험적 시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러닝 문화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려면 기존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니까요. 나는 솔로 런은 그 시도 중 하나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본인이 러너인지 팬인지 둘 다인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본 뒤 참가를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저는 둘 다 해당되는 입장이라 5월 9일 여의도에서 뵐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참고: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008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