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무릎이 망가진 적이 있습니다. 운동 습관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무작정 뛰었더니 일주일 만에 무릎 통증으로 포기했습니다. 그 뒤로 걷기와 달리기의 차이와 효과를 공부하면서 번갈아 가면서 운동해 봤습니다.
걷기와 달리기, 심폐지구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다를까
두 번째 도전에서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바로 달리기 대신 빠르게 걷기부터 4주를 해봤습니다. 숨이 살짝 찰 정도의 속도, 대략 시속 6.4~8.0km 수준으로 매일 30분씩 걸었습니다. 처음엔 운동이 되겠나 싶었는데, 4주가 지나니 계단을 올라가도 숨이 덜 차는 게 심폐지구력이 길러졌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심폐지구력(Cardiorespiratory Endurance)이란, 심장과 폐가 운동하는 근육에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올라가면 같은 강도의 운동을 해도 몸이 덜 힘들어집니다.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심박수가 충분히 올라갔기 때문에 저의 경우는 심폐지구력이 실제로 올라갔던 것입니다.
달리기는 당연히 이 효과가 더 큽니다. 높은 심박수로 달리면 폐가 더 깊게 팽창하면서 폐활량(Vital Capacity)이 늘어납니다. 폐활량이란 최대로 숨을 들이마셨을 때 내뱉을 수 있는 공기의 양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운동 중 산소 공급이 원활해집니다. 달리기가 폐 기능 향상에 더 유리한 건 수치로도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칼로리 소모량만 봐도 저는 달리기가 걷기의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다만, 심폐 기능이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강도 달리기부터 시작하면 몸이 버티질 못합니다. 제가 첫 번째 시도에서 딱 그 꼴이었습니다. 걷기로 기초를 닦은 뒤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훨씬 빨리 달리기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벌 트레이닝, 걷기와 달리기를 섞으면 왜 효과적인가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도 한동안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을 병행했습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란 고강도 운동과 저강도 회복 운동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뛰다가 지치면 빠르게 걷기로 전환하고 숨이 안정되면 다시 달리는 식입니다. 저는 처음에 달리기 1분에 걷기 2분 비율로 시작해서,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리는 비율을 높여갔습니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심박수를 의도적으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더 효율적으로 적응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존 2(Zone 2) 러닝을 할 때 심박이 목표 구간을 벗어나 너무 올라가면 즉시 걷기로 전환합니다. 존 2 러닝이란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을 유지하며 달리는 방식으로,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심폐 기능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최적화된 훈련입니다.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하는 방법을 선택할 때 참고할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 초보자 또는 관절 부담이 있는 경우: 빠르게 걷기 위주로 시작, 달리기 비율은 천천히 높인다
- 체중 감량이 목표인 경우: 아침 공복 상태에서 빠르게 걷기를 먼저 시도한다
- 심폐 기능 향상이 목표인 경우: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반복한다
- 부상 회복 중인 경우: 완전히 쉬지 않고 빠르게 걷기로 체력을 유지한다
제 경우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보다 달리다 힘들면 빠르게 걸었고, 이 원칙을 지키니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공복 운동과 걷기, 체지방 감량에 실제로 유리한가
공복 걷기가 과연 체지방 감량에 효과적일까요? 뛰는 게 당연히 더 많이 빠지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논리를 따져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혈당이 낮기 때문에 몸이 저장된 체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이때 고강도 달리기처럼 급격한 에너지가 필요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운동 후 식욕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빠르게 걷기 수준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지방 산화(Fat Oxidation)를 최대화하는 데 적합합니다. 지방 산화란 체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이 활발할수록 체지방 감량에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공복 운동이 체지방을 추가로 소모한다는 수치는 일부 연구에서 언급되지만, 실험 조건과 피험자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수치 자체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공복 상태에서 중강도 운동이 고강도 운동보다 지방 연소에 유리하다는 원리 자체는 운동생리학적으로 타당한 설명입니다(출처: 대한운동학회).
그래서 저는 달리기 대신 빠르게 걷기를 선택하는 날이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상 회복 중일 때인데, 이럴 때 완전히 쉬는 것보다 빠르게 걷기를 30분 정도 하면 체력이 유지되는 게 느껴집니다. 적당히 숨이 차게 걸으면 관절에 무리도 가지 않고 능동적인 회복 수단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걷기와 달리기 중 어느 쪽이 낫냐는 질문에 단순히 답을 내리기보다는, 지금 내 몸 상태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리기가 칼로리를 더 많이 소모하고 더 강하게 만들어주지만, 준비되지 않은 몸에 억지로 강도를 올리면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그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걷기를 충분히 거친 뒤 달리기로 넘어가고, 달리는 중에도 걷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오래, 더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나에게 맞는 걷기와 달리기 조합을 찾아가 보세요.
참고: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