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베를린은 넓은 공원과 강변 코스, 그리고 도심 속 역사적 명소들을 지나는 다양한 러닝 루트가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오늘은 베를린을 방문하는 러너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러닝코스 3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티어가르텐 공원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티어가르텐은 러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코스입니다. 약 210헥타르에 달하는 이 거대한 공원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도 큰 규모를 자랑하죠. 공원 내부에는 잘 정돈된 흙길과 포장도로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러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이곳을 찾으면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달릴 수 있는데, 정말 도심 한복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압권이에요. 공원 중앙에는 승리의 여신상이 있어서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 기념탑을 중심으로 원형 코스를 만들어 달리는 것도 좋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달리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공원 곳곳에 분수와 작은 호수들이 있어서 중간중간 경치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완벽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공원 남쪽의 작은 호수 쪽인데, 오리들과 백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달릴 수 있어서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렇게 공원 안으로만 돌아도 좋지만 공원 밖으로 나와서 전승기념탑을 향해 갔다가 돌아오는 루트도 추천합니다. 이 루트는 세계 7대 마라톤 중 하나인 베를린 마라톤의 피니쉬 코스인데, 전승기념탑에서 다시 돌아와서 공원 동쪽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오게 되면 최종 마라톤 코스가 완성이 됩니다. 이곳에서 뿌듯한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좋습니다. 여유롭게 들이켜는 맥주 한잔과 프레첼은 러닝 후 최고의 보상이 될 거예요.
슈프레강 리버사이드
슈프레강을 따라 이어지는 리버사이드 러닝코스는 베를린의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달리면서 베를린의 주요 랜드마크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베를린 대성당부터 시작해서 박물관 섬, 국회의사당, 그리고 유명한 오버바움브뤼케까지 베를린의 정수를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 이 코스를 달리면 강물에 비치는 노을과 유럽 특유의 건축물들의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어요. 코스는 대부분 평탄한 포장도로로 이루어져 있지만 돌길인 곳도 있기 때문에 바닥을 유의하며 달리시기 바랍니다.
제가 추천하는 루트는 베를린 중앙역 근처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향하는 코스인데, 먼저 국회의사당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하며 몸을 풀고, 이어서 강을 따라 내려가면 박물관 섬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다섯 개의 박물관이 모여 있어서 문화적 가치가 정말 높은 지역입니다. 러닝을 하면서도 이런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 달리다 보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구간이 나오는데, 약 1.4km에 걸쳐 펼쳐진 베를린 장벽의 잔해에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그린 다양한 작품과 그래피티 작품들이 있습니다. '형제의 키스'로 유명한 브레즈네프와 호네커의 벽화, 트라반트 자동차가 장벽을 뚫고 나오는 작품 등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니,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각각의 그림들이 담고 있는 평화와 자유의 메시지를 느끼며 달리다 보면 단순한 운동이 아닌 깊은 문화적 체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을 지나면서는 힙한 카페들과 독특한 분위기의 레스토랑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총 거리는 왕복으로 달릴 경우 약 15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중간중간 다리들을 건너서 루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지도를 보지 않고 나만의 루트를 개척해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달리면 베를린의 낭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답니다.
그루네발트 숲
도심의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연 속에서 달리고 싶다면 그루네발트 숲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베를린 서남부에 위치한 이 광활한 숲은 약 3천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며, 트레일 러닝을 즐기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난 흙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베를린이 아닌 깊은 산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랍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놀랐던 게, 지하철을 타고 30분만 이동하면 이렇게 원시림 같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코스의 난이도는 선택하기에 따라 다양한데, 평탄한 숲길을 따라 여유롭게 달릴 수도 있고, 작은 언덕들이 있는 구간을 선택해서 강도 높은 인터벌 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루네발트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단연 토이펠스베르크라는 언덕이에요. 독일어로 '악마의 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언덕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잔해와 폐허를 쌓아 만든 인공 언덕으로, 높이가 약 120미터에 달합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꽤 가파르지만 달려서 올라가면 정말 좋은 트레이닝이 되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과 함께 펼쳐지는 베를린 전경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값진 경험이 됩니다. 맑은 날에는 베를린 TV타워부터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숲 안에는 하펠슈타인 호수라는 아름다운 호수도 있어서 여름철에는 러닝 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거나 아예 수영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현지 러너들은 여름이면 러닝과 수영을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한여름에 이곳에서 10킬로미터를 달린 후 호수에서 수영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최고의 여름 액티비티였습니다.
겨울에는 눈 덮인 숲길을 달리는 색다른 매력이 있지만, 이때는 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반드시 트레일 러닝화를 착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코스를 완주하면 평지, 언덕, 호숫가 등 다양한 지형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알찬 러닝이 됩니다. 코스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달릴 수 있고, 표지판도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S-Bahn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베를린에 여행가게되면 트레일 러닝 코스를 넣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